리뷰/생활TIP

머지포인트 환불받기 여정(2)

물결이 2021. 8. 16. 22:29

1편에 이어..

8/14(금) 오전

평화로운 일상에 머지 투척

새벽에 환불받은 인증 글을 보고 급하게 머지 포인트 본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황을 했는지 정신이 없었는지 자꾸 지하철을 잘못 탔다. 5호선도 반대방향으로 타서 내려서 다시 타고 9호선도 급행을 타서 더 갔다가 내려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타고 왔다.

가면서 계속 검색을 했는데 비슷한 예로 하프플라자 먹튀 사건, 중고나라 상품권 사기 사건, 거성모바일, TLX 사건 등도 알게 됐다. 후.. 세상에 왜 이렇게 사기 치는 사람들이 많은 건가.. 돈 조금 아끼고 알뜰살뜰 살려던 서민들 등쳐먹는 인간들 사기죄 형량도 약해서 몇 년 살고 나오면 다 자기 돈 되고 새로 사업도 차리고 잘 먹고 잘 산단다. 피해자 몇만 명이든 몇십만 명이든 몇 년 살고 나오면 룰루랄라..

이게 사기 역사의 반복인가 싶고

하프플라자 사건 때는 초기에 현장에 갔던 사람들만 환불받았단 글을 보고 오늘 꼭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피해자 카페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사기당한 사람한테 대필 환불 접수하겠다고 또 사기치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았다.

왜 이렇게들 사기에 부지런한지..

믿어서 사기당했는데 또 믿어서 또 사기당하고 믿는 자에게 돌아오는 건 사기뿐..




선유도역에 도착해 4번 출구로 나가는데 머지플러스 광고판이 보였다. 세상의 모든 머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성질이 다시 났다. 그리고 4번 출구로 나오는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에 놀랐다.( 아 새벽에 왔었어야 되는데.. 다시 후회)

카페 글에 접수하는 줄이랑 종이 받는 줄이 따로 있다고 하길래 줄서계시는 분께 종이는 어디서 받냐고 물어봤다. 그분이 종이 다 떨어져서 없다고 하면서 본인 종이 남는다고 한 장 주셨다. 감사히 받아서 줄을 서러 뒤로 갔는데 진짜 미친 줄 알았다.. 살면서 이렇게 긴 줄 처음 서본다.. 끝도 없이 이어진 줄 천 명도 넘게 모인 거 같았다. 오늘 접수할 수는 있을까?




사실 이때 포기하고 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난 너무 순진했다.
접수만 하면 돈을 줄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어쨌든 종이만 놓고 가면 알아서 환불해주겠지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며 줄을 섰다. 모든 방송국 기자들이 다 온 거 같았다. 인터뷰하는 분들도 있고 카메라도 많았다.

거의 4-50분 서있었나 한참을 서있어도 줄지 않던 줄이 점점 빠르게 줄었다. 다시 접수를 받기 시작했나? 싶었는데 갑자기 앞에서 어떤 남자분이 자기도 피해자라면서 지금 접수받는 사람 없어요~라고 외치셨다. 계속 서있는 게 안타까워서 공유한단다. 그리고 어떤 분은 자기 신청서를 찢어버리셨다. 건물 안에 올라가 봤더니 환불해줄 사람이 도망치고 없어서 받을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하셨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말 줄이 빠르게 줄어 나도 5층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때가 열시 반쯤이었다.

두리번두리번
아직도 종이만 내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으며 접수하는 곳을 찾는데 어떤 분이 환불 종이를 모으고 계셨다.
"직원이세요??"
아니란다. 자기도 피해자인데 지금 답이 없어서 종이를 모아서 내고 집에 가려고 한단다.

얼떨결에 나도 종이를 냈다. 진짜 직원이 한 명도 없나??
"투우사의 방"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잔뜩 있어서 들어가 보려는 찰나에 페이스 실드를 끼고 파란 옷을 두른 분들이 119라면서 들 것을 들고 안에 환자가 있다면서 왔다.

사람들이 환자 아니라고 소리 지르고 119에서는 자기들이 판단하겠으니 다 나가라고 사람들을 그 방에서 내보냈다. 다들 난리 난리 나는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봤다.

지금 저 안에 직원이 있다. 그리고 119를 불렀다. 아마 들것에 실려 나가면 끝이겠지.. 그러면서 동시에 아 여기서 환불 못 받으면 못 받겠다 싶었다. 직원이 들것에 실려가면 아까 낸 종이가 무슨 소용인가. 저 직원이 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여기 사무실에 방치되겠지. 5층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인데 이렇게 텅 비어있을 수 있나? 생각하는데 갑자기 쨍그랑 소리가 났다.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맨이 조명을 깨 먹었다.-_- 진짜 개판이구나.

아까 낸 종이를 다시 찾을 수도 없고 굴러다니던 빈 종이를 찾아서 다시 환불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걸 저 안에 있는 직원에게 직접 내야 된다.

경찰이 왔다.
직원이 감금당했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저 직원이 그냥 직원이 아니고 권한있는 이사라며 절대 내보내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한테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해야지 왜 가해자를 보호하냐고 소리쳤다.
이미 그 안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내 돈 내놓기 전에 못 나가!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그냥 포기하고 나올걸 얼결에 앉아서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핑크셔츠를 입은 분이 실제로 열이 난다고 119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문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사람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나갈거면 비슷한 직위의 사람을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피해자 대표라는 분이 협상을 하겠다며 방에 들어갔다.

그 핑크셔츠를 입은 분과 직원 2명이 방 안에 있다는데 노트북을 분실해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는 소리가 들렸다.

멍 때리고 있는데 12시 정도에 피해자 대표가 협상을 끝냈다고 나왔다.
안에 직원 둘이 권한이 없는 사람들인데 권한을 받아서 작업해서 환불을 해주기로 했다고 두 줄로 서라고 했다.

갑자기 없어졌다던 노트북이 또 세 대가 있단다. 사람을 아주 갖고 논다.
권한이 없고 아무것도 모른 다더니 또 무슨 권한을 받아서 로그인을 해서 준단다.(들어가서 보니 무슨 메모장인지 카톡인지에 치고 있었고 권한 받아서 로그인할 것도 없어 보였다. 무슨 프로세스인지 모르니 뭐)

그리고 핑크셔츠를 입은 분은 실제로 열이 38도여서 나가야 하고
대신 대표가 20분 뒤에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시 반이 지나도 대표는 오지 않았다.(끝까지 안 옴)

그리고 나는 4시까지 한 자리에 서있었다. 아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농락당하고 있었다.-_-;
난 진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찾아가지도 않았을 거다.
그곳은 정말 지옥의 아수라장이었다. 서로 자기들 이야기만 하고 소리 지르고 처음에는 감금죄가 성립되면 안 되니 두 줄로 서라더니 점점 줄도 형체를 알 수없었다. 대체 몇 줄로 선 건지. 잠깐 정신 놓으면 새치기당한다.

그래도 소리치고 막고 협상을 시도하고.. 많은 분들 덕분에 조금씩 상황이 진전되었다. 

열두 시 반에 노트북 켜서 세팅을 한다더니 대체 왜 한 명 환불하는데 한 시간이상 걸리는 건지..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지 이해가 안 됐다. 나보고 하라고 하면 순식간에 다다다 쳐서 바로 송신할 텐데

무슨 데이터가 날아가서 다시 해야 된다고 하고 독수리 타자로 느릿느릿 전혀 환불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너무 애매하게 앞에 서있었기에 포기하고 갈 수도 없었다.
거의 6시간을 서있은 게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해보니 내 액수가 작지 않았다.
훨씬 작은데도 온 사람들이 많았다;;

4시에 겨우 그 방에 들어가서 4시 30분이 넘어서 접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5시 넘어서 입금받았다.


입금된 거까지 확인하고 바로 탈출했다. 금액은 둘째치고 탈출할 수 있음에 기뻤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두다리 펴고 누웠다. 너무 서있어서 다리에 쥐가 났다..

핸드폰으로 상황을 보니 몇 시간은 해주다가 다시 안해준거 같았다.




이게 무슨 난리냐 에휴..

다음날이 지나도 오프라인에 모인 사람들이 안가니 온라인 환불도 조금 해주는거 같았다.

진짜 사기였던 걸까..

그렇게 많은 가맹점이 있었는데.. 힘들게 그런 곳 다 뚫어놓고 왜 사기를?? 이해가 안된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

사기가 아니었길.. 모두 환불받기를 바란다.

진짜 사기였다면..
에라 사기꾼들 퉤퉤ㅠㅠ

앞으로 선불로 뭐 충전해놓고 이런 거 정 떨어져서 못하겠다.
쿠팡 쿠페이머니도 바로 다 찾아버렸다. 그냥 카드 결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