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린지 아다리오 -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물결이 2021. 9. 30. 23:56

요즘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뉴스를 보며 

 

신문기사에 나온 사진은 누가 찍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 기자들이 직접 가서 찍는건 아닌 거 같고 어디서 사용료를 내고 사진을 사는 건가??

 

그렇다면 사진을 파는 사람은 누구지?

 

누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생사가 넘나드는 위험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오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관련된 책이 있을까 싶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전쟁' '사진'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했더니 나와서 바로 빌렸다!

 

이 책은 종군 사진기자 '린지 아다리오'의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

 

1973년생 린지 아다리오는 전 세계의 분쟁지역을 누비는 여성 사진작가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수단, 리비아, 시리아, 소말리아, 콩고 등에서 사진을 찍었고 <퓰리처상>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수상 이력이 굉장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이셨다.

 

뉴욕타임스에 이장욱 사진기자가 찍어줬다는 사진!

 

아르헨티나, 쿠바, 인도, 터키 등 전 세계를 누비는 삶

 

그녀는 뉴욕 출신이면서 뉴욕에 정착하지 않고 전세계를 누빈다. 아르헨티나에서 첫 직장을 얻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녀를 보며 모험정신이 이런 건가 싶었다. 나는 겁이 많아서 해외에 정착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직장을 잡고 옮기면서 이사를 다섯 번 정도 했지만 국내에서의 일이지 그녀처럼 세계적인 스케일의 이사는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책에서 보는 그녀는 전 세계를 다니는 일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녀가 스스로 선택해서 세계를 누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인연을 만든다.

특히나 이스탄불은 나도 다시 가보고 싶지만 혼자서 가라면 선뜻 짐을 꾸리기 망설여지고 심지어 인도는 여행도 혼자 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저 대단하다.

 

 

두 번의 납치(이라크, 리비아)와 한 번의 큰 교통사고(파키스탄)

 

이 책의 프롤로그는 그녀와 동료들이 리비아에서 납치를 당했던 일로 시작한다. 이게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니.. 정말 살아 돌아온 게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아찔한 사건이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바로 옆 동료를 잃은 교통사고.. 이런 일들을 겪고도 기적처럼 생존하였음은 물론 트라우마 속에 갇히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통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에너지는 타고난 것일까, 단련된 것일까.. 

 

 

임신한 상태로 소말리아 난민 취재

 

책에서 그녀의 동료 엘리자베스 루빈이 임신 중임에도 린지와 함께 코렌갈 계곡에서의 전쟁을 취재한 에피소드를 매우 놀라며 읽었다. 군장을 하고 군인들이 실제 전투를 하는 위험한 장소에 임신 초기부터 몇 달이나 기사를 위해 지내다니..  돈 주면서 가라고 해도 안 갈 일을 무엇을 위해 간 걸까? 사명감? 성취감? 책임감? 모험심? 모든 것을 감수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뿐 아니라 그 힘든 모습을 다 지켜봤을 린지도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소말리아로 향한다.

돈도 주고 편한 집도 줄 테니 가서 살기만 하라고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텐데.. 자발적으로 그것도 가장 험하고 비극적인 장소까지 찾아 사진을 찍고 세상에 알리고 그녀는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 걸까?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뭘까? 

 

그녀가 찍은 사진과 사연들을 보며 참 마음 아팠다.

태어난 곳의 환경으로 인생이 결정된 버린 여성들..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고 남편이 없는 사이 반군(?)에게 당하고.. 원치 않는 임신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집에서 쫓겨나는 과정에서 그녀의 의지가 개입되어 이루어진 일이 무엇인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출산을 해야 하고 그 불쌍한 아이와 또 가난과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린지는 그런 현실을 알리는데 충실했고 지금도 충실하다.

 

 

 

서로 다른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사는 사람

 

그녀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와 평화로운 공원에서 따뜻한 햇살에 일광욕을 즐기는 삶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녀를 완벽히 이해해주는 멋진 배우자를 만났고 사랑스러운 아들들도 키우고 있다.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라니.. 

 

진정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너무너무 부럽다.

 

 

책을 다 읽고 린지 아다리오의 인스타를 들어가 봤다. 재난현장에 여전히 그녀가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산불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에티오피아의 끔찍한 현실을 설명하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돕기 위해 링크를 공유하고 있었다.  와중에 둘째도 출산하며 여전히 멋진 가정도 꾸리고 있었다.

 

 

난 직업적 만족도가 요즘 바닥을 치고 있기에 그녀가 자신 있게 내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정말 부럽다.

 

나의 의지로 내가 선택한 내가 사랑하는 일이라니.

내가 사는 동안 그런 일을 만날 수 있을까 때려치울 용기도 없고.. 겸직도 안되고 답답하다.

 

돌아보면 난 첫 근무지가 일 하던 시기 중에 제일 행복했던 기간이었다..

소소한 행사들.. 환경 관리..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냐고 하면 그 시절

 

숨 막히는 오탈자 지적, 보고서 지옥, 발전 없는 갑갑한 굴레, 웃기는 의전..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린지와는 정반대로 일을 하면서 영혼이 가출함을 느끼는 현실.

야근, 주말출근 정말 너무너무 싫다.

 

 

나에게 가슴 뛰는 일은 뭘까.

 

 

가슴이 이끄는 삶을 살고 있는 린지의 인생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