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공연·전시회

핀란드에서 따뜻한 한끼를 "카모메 식당"

물결이 2022. 10. 2. 17:23
어디에 있든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롭지 않겠어요?

 

 

 


국가 일본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개봉 2007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배경 핀란드 헬싱키 작은 모퉁이 식당


 

인연은 인연을 잇는다


'사치에'가 핀란드 헬싱키 길모퉁이에 카모메 식당을 연 지 한 달이 지났다.

식당에 손님은 없지만 신비로운 미소를 띤 주인장 '사치에'가 있다.

한 달 만에 처음 온 손님 '토미'에게 평생 공짜 커피까지 약속하는 여유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토미'가 물어본 만화영화 주제가를 인연으로 일본에서 여행 온 '미도리'를 만난다.

세계지도를 꺼내서 눈을 감고 찍은 곳으로 여행을 왔다는 '미도리'

손님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치에와 달리 신메뉴를 개발해 손님을 모으고 싶은 미도리는
매일 친구도 없이 당연한 듯 공짜로 커피를 마시러 오는 토미가 얄밉다.(내가 봐도 염치가 좀..)

 

 


새로운 메뉴로 선택된 향긋한 시나몬 롤

시나몬 롤의 향기를 따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더해지면서 하나 둘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한 카모메 식당

그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다보니

어느새 일상에 따뜻함이 쌓여 인생을 만들고 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오랫동안 병간호를 하다 모든 게 끝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다 핀란드에 온 '마사코'
비행기에서 짐이 나오지 않아 방황하고 우연히 카모메 식당으로 발을 디디며
이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입고 싶었던 옷도 사 입고
사우나를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니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그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사치에의 어린시절 추억을 간직한 오니기리



 

우리 사이의 거리

 


이 영화가 주는 편안함은 '사람 간의 거리'에 있는 것 같다.

술을 마신다고 물건을 훔친다고 짐을 잃어버렸다고..
과도하게 참견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억지로 브레이크를 걸거나 떼를 쓰지도 않는다.


그저 '들어준다'
눈물을 흘리면 손수건을 건네주고
술을 찾으면 한 잔 따라주고
커피를 찾으면 정성스레 내려준다.


마치 토미가 알려준 '숲'과 같다.
조용히 모든 것을 품어주고 내어주는 핀란드의 울창한 숲
힘이 들땐 와서 쉬고
에너지를 얻으면 또 가고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그저 흐르는 대로 지켜봐주는 숲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감싸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카모메 식당

사치에의 깊은 마음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담담함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신비로움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제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사치에 씨가 쓸쓸해질까요?
글쎄요, 전 애초부터 혼자 식당을 해왔고 미도리 씨에게도 본인의 인생이 있으니
쓸쓸하지 않단 말씀이군요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쓸쓸하죠.
하지만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죠. 사람은 모두 변해가니까요
좋은 쪽으로 변하면 좋을 텐데요
그럴 거예요. '아마도'




+) 왜 핀란드 헬싱키가 배경일까 검색해보다 식당의 시작이 사치에의 복권 당첨에서부터 왔다는 소설의 설정을 알았다! 역시.. 나도 매주 복권을 사야겠어.(여유는 머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