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공연·전시회

[다시봐도 좋은 영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물결이 2022. 6. 14. 00:48

 

"You make me wanne be a Better Man"

 

 

 

 

 

 

장르 코미디/로맨스

국가 미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개봉 1997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주연 잭 니콜슨(멜빈 유달) / 헬렌 헌트(캐롤 코넬리) / 그렉 키니어(사이먼 비숍)

 

수상 골든 글로브상 작품상,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동시 수상

배경 뉴욕


 

영화의 주인공 멜빈은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60권이 넘는 로맨스 소설을 쓴 현역 작가이다. 까다롭고 예민해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냉소적인 성격의 멜빈(자신의 팬에게도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강박증까지 있는 그는 집에 들어오면 문은 꼭 세 번 잠가야 하며 보도블록 선은 절대 밟아선 안되고 항상 같은 식당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자신이 가져온 식기로 식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개는 딱 질색이다. 

 

그의 옆집에 사는 게이 화가 사이먼의 애완견 버델을 쓰레기장에 버려버리기까지 한다.

 

 

 

사고치는 녀석은 필요 없어

 

이런 성격과 행동 탓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멜빈, 물론 그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그가 매일 가는 식당의 웨이트리스 캐롤이다. 다른 사람들의 서빙은 절대 받지 않으며 캐럴만 찾는 이유가 뭘까? 

 

 

 

오늘도 1일 1독설 실천중인 멜빈

 

그녀만 찾으면서도 막상 마주하면 독설만 내뱉기 일쑤다. 누가 들어도 상처받을 말을 팍팍 내뱉으며 오늘도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멜빈

 

그녀는 날 때부터 천식을 앓고 있는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어려운 형편에 자신의 삶보다 아들 위주로 살고 있는 그녀의 아들이 아프다는 대화를 엿듣고 매일 같은 식단만 먹는다고 걱정해 주는 사람에게 사람은 다 죽는다. 니 아들도 죽어 이런 말이나 내뱉는 손님이라니... 정말 최악이다. 

 

그런 그가 강아지 버델을 키우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옆집에 사는 사이먼이 강도에 습격을 당하자 그의 애인이 반강제로 강아지를 맡기고 가버리는데 그렇게 싫어하던 녀석에게 사료 대신 본인이 먹던 고급 고기를 내어주더니 피아노를 쳐주고 식당 가는 길에도 혼자 둘 수 없어 데리고 다니고 일부러 베이컨까지 남겨서 가져간다. 

 

 

그러던 중 신기하게도 멜빈처럼 금을 안 밟으려고 폴짝폴짝 뛰는 버델!

 

 

 

 

You stay just the way you are

 

 

"나처럼 되면 안 돼.  남들 따라 하지 말고 살아. 집에 가서 맛있는 거 줄게."

 

버델에게 점점 스며들어가는 멜빈

 

 

 

 

이제는 가장 중요한 작업인 소설을 쓸 때도 버델과 함께 한다.

 

 

 

 

 

강아지를 만나고 꼬장꼬장한 시니컬 맨에서 스위트남으로 변해버린 그는 점점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이 상처 줬던 캐럴을 위해 아들의 치료비를 지원해주고.. 직장에 다시 나올 것을 부탁하고 빈털터리가 된 이웃을 위해 같이 여행을 가주고 심지어 자신의 집에 방 한 칸을 내주기까지 하는 믿기지 않는 행동을 하는데. 

 

 

 

강아지가 걱정됐던 사이먼은 퇴원하자마자 바로 버델을 데려가고..

 

 

작은 계기를 통해 뒤늦게 우정과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멜빈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깨고 캐럴을 화나게 만든다.

 

 

 

고백 타이밍에서 또 산통깨는 멜빈

 

여행을 망치고 집에 돌아와 캐럴 생각에 잠을 설치고 문 잠그는 것까지 잊어버리고 밤새 고민을 한다. 그러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권하는 사이먼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새벽 4시에 용기를 내 캐롤을 찾아가는 멜빈

 

멜빈이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구나 싶었다. 물론 금이 있는 바닥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갓 나온 빵을 좋아한다며 산책을 제안하지만..

 

다시 한번 멋진 고백을 한다!!

 

 

I might be the only person on ther earth. that knows you're the greatest woman on Earth.
I might be the only one who appreciates how amazing you are in every single thing that you do.
And how you are with Spence.
And in every single thought you have, And how you say what you mean. And how you almost always mean something... that's all about being straight and good.
Most people miss that about you.
I wonder how they can watch you bring their food... and clear their tables... and never get that they just met the greatest woman alive. And the fact that I get it... makes me feel good aboug me.

 

"나는 네가 얼마나 멋진 여자인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남자야."

 

 

영화의 마지막 고백 장면이 참 아름다웠다.

 

누군가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나의 모습을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게다가 나를 위해 변하려고까지 한다고 고백한다면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해 나도 변화되고 싶을 거 같다.

 

 

 나보다 너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네가 앉는게 불편할까봐 내 좌석을 앞으로 당기고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밤새도록 고르고 네가 좋아할 만한 식당을 고르는 것. 네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싫어하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하는 것. 백 마디의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실천하게 되는 것.. 그게 사랑인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이 변화를 향해 내딛는 용기가 참 멋진 영화이다.

 


 

난 이 영화를 7-8년 전에 한 번 봤다.  멜빈의 고백 장면을 우연히 보고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다시 봐도 13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시 빠져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

 

강박증 환자이며 인간관계를 맺는 게 서툰 멜빈이  옆집 친구를 위해 강아지를 돌봐주고, 좋아하는 사람의 아픈 아들의 치료비를 지원해주고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고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기 시작하자 주변인들이 달라지는 마법이 시작된다..

 

 

물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설과 섞어서 말을 하니 듣는 사람으로서는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어 다들 그를 의심하고 상처받고 떠나려고도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후회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또 마지막에 왜 난 평범한 남자 친구를 가질 수 없는 거냐는 캐럴(남자 친구라는 말에 반응하는 유달이 또 코믹하다.)에게 그런 사람은 없다는 엄마의 단호한 한 마디가 영화를 관통한다.

 

우린 모두 무언가는 부족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다만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불완전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결점을 배려하고 보듬어주며 변하는 영화의 스토리가 감동을 준다.

 

또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서 이득만 취하고 사기를 치려는 나쁜 사람들도 판 치는 세상인데 유달은 캐롤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그걸 자신 있게 고백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는 사실 그동안 캐롤을 기다리느라 혼자였던게 아닐까?

 

영화의 스토리는 사실 흔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이나 설정만 바꿔서 같은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가 무수히 많지만, 이 영화가  마음 깊이 와닿는 이유는 주연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영화 속 인물 그 자체가 되어 현장에서 숨 쉬고 있다. 주연배우들은 물론이고 선을 넘는 강아지 버델까지. 

 

막 문을 연 새벽 빵집에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선을 밟고 있는 디테일까지 괴팍한 강박증 환자 그 자체였던 잭 니콜슨의 연기는 모두가 인정할 만하다.

 

이 영화를 통해 두 주연배우가 공동으로 아카데미 남여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납득이 간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어쨌든 변화되기 위한 전제는 돈이 많아야 되는 거구나.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뭔가 베풀게 있어야 선심도 쓸 수 있고 주변에 사람도 머무는구나.. 내 밥벌이는 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