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일기

걷다가 코피가..

물결이 2021. 5. 2. 19:40

또 까먹을까 봐 기록해두는 일기

 

4/27 (화)

 

4월

따뜻하지만 건조한 봄 날씨는 비염러의 건조한 코 점막을 더 괴롭게 한다.

저번에 샤워하다 코피가 난 뒤로 한동안은 밤새도록 가습기를 켜놓고 40~60 사이의 습도를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갑자기 가습기 필터가 제대로 동작을 안 해서 씻어 놓고 다시 조립한다는 걸 까먹고 그대로 잠이든 지 며칠 만의 일이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독 코 안이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에 힘을 주고 좌우로 움직여보다가 괜찮길래 씻고 회사에 갔다.

 

오전에 열일을 하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카레와 고로케 천사채 무침을 먹었다.

카레에 단호박이 들어가 입맛엔 안맞았다.

 

어쨌든 허기를 달래고 다른 분들은 아마도 산책을 하러 갔을 테고 난 휴게실에 가서 좀 앉아있을 요량으로 급식카드를 제자리에 두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딱 휴게실 가는 통로에 상담실을 지나고 있을 때 마스크를 쓰고 있던 코에서 주룩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느꼈다. 이거 코피다. 코피의 주륵은 콧물의 주륵과 느낌이 다르다. 좀 더 묽게 흐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바로 상담실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진짜 다행이었다. 내가 그날따라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으면 밖에서 코피가 났을 텐데 휴지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직원들만 있는데서 이걸 어떻게 감당하겠나.

 

상담실은 비어있었고 화장실에 가서 보니 항상 코피가 나는 왼쪽 코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얼른 고개를 숙이고 세면대에 물을 틀어 코 주변에 범벅된 핏기를 닦았다. 그리고 휴지로 코를 막았는데 보통 2-3분이면 진정이 되어야 하는데 체감상 5분도 넘은 거 같은데 코피가 잦아들 기미가 없었다. 아무리 닦아내고 막고 있어도 계속 빨갛게 물드는 휴지를 교체해가면 이거 10분이 지나도 안 멈추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머리에 찬바람을 맞은 것도 아니고..

코를 세게 푼 것도 아니고..

코를 건든 것도 아니고 너무 느닷없는 거 아니냐고..

 

아침에 여러 방향으로 씰룩대며 오늘따라 건조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오전에 왼쪽 눈 옆이 계속 두근거려서 신경 쓰여 만져보기도 했다.(이 두근거림이 코피가 멈춘 후에도 잠시동안 지속되었다.)

이게 코피와 연관이 있는 걸까?

 

피범벅이 된 휴지가 쌓여갈수록 덜컥 겁이 나는데 갑자기 코 깊숙한 곳에서 뭉툭한 덩어리가 내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헉.. 순간 망설였다. 이거 뭐지? 코를 풀어서 빼내야 되나. 혹시 얘가 피를 막고 있어서 이 정도인데 이거 나오면 뒤에 피가 더 콸콸 쏟아지는 거 아냐?? 무서워ㅠㅠ 근데 내가 가만있어도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알아서 흘러나오더라.. 휴지에 받았는데 손가락 한마디는 되어 보이는 핏덩어리였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피가 멈췄다.

 

사진으로 찍어뒀는데 어찌나 새빨간지 촬영 모드에서 꽃으로 인식하더라-_-.. 

 

공포의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와서 바로 가습기를 작동시켰다.

 

귀찮아도 꼬박꼬박 틀고 자자.. 사무실에서도 건조하다고 느껴지면 usb 가습기 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