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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나들이] 예술의전당 퓰리처상 사진전

물결이 2020. 7. 22. 21:51
"The gunner shot the bullet, I shot the picture." - 안야 니드링하우스(2005년 퓰리처상 수상)

생각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오늘 사진전 관람 가는 길도 그랬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꼭 가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가려니 비온다는 핑계를 대고 누워있고 싶어하는 내가 싫었다.

시간을 소중히 써야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오후 3시가 다되어서야 집에서 나왔다.

 

오랜만의 평일 나들이 장소로 "퓰리처상 사진전"을 고른건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3호선 지하철 한 켠에 자리잡고 퓰리처상에 대해 검색했다.

 

 

미국 언론인 퓰리처가 기증한 기금으로 1917년 제정된 상 이름이다.(출처 다음백과)

 

 

 

 

 

남부터미널역에서 하차 후 5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탈때는 비가 그치길래 오늘은 우산 다 썼구나 싶었는데 금세 다시 내리는 비에 우산을 펴고 성큼성큼 걸었다.

 

 

 

 

현재시각 3시 45분

들어가기 전 괜히 시계탑을 한번 찍어본다.

 

 

 

 

실내로 들어가면 미술관 위치가 안내되어 있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대로 걸어 1층으로 계단을 오르면 전시회장으로 갈 수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으로 검색하면 장소 / 기간 /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예매는 온라인(네이버, 인터파크 등) 예매 후 TICKET부스에서 종이 티켓으로 재발급 받거나

현장에서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별 차이가 없어서 현장구매 하였다.

주말에 방문한 블로그 후기에는 사람이 많아서 TICKET 발권에도 몇십분 기다렸다고 하던데 평일 오후여서 별다른 기다림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티켓 발권 부스 옆에서 오디오도 빌려주는데(3,000원) 사진 옆에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어서 굳이 필요없다하길래 빌리지 않았다.

 

 

 

주말엔 훨씬 사람이 많은지 멀리까지 바닥에 거리유지 표시가 되어있다.

 

 

 

코로나로인해 주의사항이 안내되어있다.

 

발열체크를 하면 연두색 스티커를 붙여주고 거리를 두고 기다린다.

 

내 차례가 되면 입구에서 스티커를 보여주고 팸플릿을 받고 안내사항을 들은 다음 우산을 맡긴후 입장한다.

 

들어가서는 사람이 많기때문에 특별히 거리를 두고 관람하진 않지만 마스크는 당연히 끼고 있어야한다.

 

전시장 내부는 촬영할 수 없다.

 

 

 

SHOOTING-The_PULITZER

 

 

올해 퓰리처상 사진전 메인 사진은 2015년 Breaking News 수상작(Ferguson Protest by Robert Cohen)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10대 흑인소년을 사살한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성조기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집어들어 다시 던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이를 상징하는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차별에 반대하는 인간의 모습에 오묘한 감정이 든다.

 

 

로이터 통신 소속 한국인 김경훈씨의 2019년 퓰리처상 수상후 어록(육성은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을 차례로 설명을 읽으면서 함께보니 한시간 반은 생각해야한다. 전시회장 곳곳에 기다란 의자들이 괜히 놓여있는게 아니다. 

 

😀 워낙 유명한 상이라 친숙한 사진들이 많다.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에서 인류가 겪은 역사의 현장과 수만가지의 감정을 생생히 느낄 수있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내전, 이슬람 국가의 변천사, 쿠바 혁명, 인종차별, 가정폭력, 마약, 난민..

피난민들, 학살의 현장, 전쟁터에서 희생당하거나 살아남아 돌아오거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거나 하는 미군들, 미국 대통령들의 고뇌.. 사고의 순간, 숭고한 희생, 은퇴선수의 등번호, 비오는 날의 오바마,

슬픔, 희망, 기쁨, 안타까움, 우울함, 끔찍, 그리움, 찡함 등등 작품 하나하나에 오만가지 생각들을 하게 한다.

 

😐 아쉬운건 작품 옆에 크게 나와있는 제목과 설명이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실제 작가와 수상작의 제목은 밑에 작게 쓰여있고 주관이 들어갈 수 있는 해설이 눈에 띄게 크게 보인다.

 

순간이 포착된 사진을 보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시간이 크게 설명되어있는 해설들에 방해받는거 같았다. 글씨를 줄이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되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어떤 작품은 보는순간 얼굴이 찡그려지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으며 한동안 자리를 벗어날 수 없기도 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다시 보려 메모장을 꺼냈다.

 

 

 기억에 남는 사진

 

1. 멀리서 본 순간 희망을 찾게 만드는 슬픔이 느껴졌던 사진

"한 엄마의 여정"이라는 제목이 걸려있다.

 

http://pulitzer.org/winners/ren%C3%A9e-c-byer

Renée C. Byer of The Sacramento Bee

For her intimate portrayal of a single mother and her young son as he loses his battle with cancer.

 

 

싱글맘과 10살 아들.. 엄마는 위대하고 아이는 용감했다.

불투명한 내일에도 밝게 웃으며 양손 높이 브이를 그리고 있는 아이와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품은채 휠체어를 밀고있는 엄마

 

한참동안 숙연함을 느낄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들의 모습에 울컥했다.

 

2. 1951년 대동강철교의 피난민

 

https://news.v.daum.net/v/20180221033807723

6·25 '끊어진 대동강 철교' 찍어 퓰리처상 받은 데스퍼

[서울신문]1950년 12월 혹한 속에 끊어진 대동강 다리를 건너는 피란민들을 찍어 한국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전한 전 AP통신 사진기자 맥스 데스퍼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 자

news.v.daum.net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 6.25전쟁

내려오는 중공군을 피해 피난을 가려 봇짐을 매고 끊어진 다리를 건너는 피난민들 그 뒤로도 본인 차례를 기다리며 끝없는 행렬이 이어진다. 참혹한 전쟁 속 생사의 기로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느껴진다..

 

전시회장 한켠에서 이 사진을 찍은 작가의 인터뷰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사진 이외에도 그가 찍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볼 수 있는 여러 사진들과 그의 생생한 경험담도 들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많지만 이만 줄이고..

 

한시간 넘게 사진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오면

 

건너편에서 안야 니드링하우스의 특별전을 감상할 수 있다.

200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후에도 계속 분쟁지역에 나가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와 함께 살해당한.. 그렇게 보안에 철저를 기했는데도 갑자기 경찰서 직원이 총기를 꺼내 쐈다니.. 위험한 곳에 자진해서 가게하는 용기와 에너지, 사명감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은 사람은 최고의 행운아다.

 

작은 특별전에서 그녀의 철학을 둘러보고 그 옆에 자리한 기념품 가게에도 들렀다.

 

 

 

 

 

관람을 마친 후 기념품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록도 팔고

 

 

 

 

마그넷, 카메라 등등 여러 기념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노트, 연필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쭉 둘러본 후 출구로 나오니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여전히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아직 사진전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데 무언가를 발견하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고양이가 눈에 띈다.

 

 

 

 

나도 사진기자에 빙의하여 핸드폰 카메라를 꺼냈다.

 

 

 

 

"작품명 운명의 짝을 만난 예술의 전당 고양이"

 

 

 

 

"인간이 있는 곳엔 갈등이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늘 갈등이 함께 하는구나. 그것이 격화되면 전쟁이 되고 살육이 이뤄지고 무뎌지고 또 학살이 이뤄지고 .. 그렇지만 인간이 있는 곳에는 희망도 있으니.. 갈등이 봉합되고
분노와 슬픔 전쟁과 비극은 사라지고.. 기쁨과 밝음이 가득한 지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시회 장에서 한시간 반 남짓의 시간을 보내며 인간의 희노애락과 극한의 상황들을 보고 느꼈다.

 

 

좁아진 시야속 내 세상에 갇혀

 

작은 것에도 예민해하고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인것처럼 생각되던 것들이

 

참혹하고 잔인하고 슬프며 때론 뜨겁고 아름다운..

 

사진속 여러 사건들과 인간 군상들을 보며 보잘것없게 느껴진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같아 뜻깊은 관람이었다.

 

역사로 남을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열정적인 사진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